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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잊고 살아온 시절이었다.
꽃이 보이면 봄이었고,
더우면 여름이었고,
낙엽이 지면 가을이고,
춥고 눈이 오면 겨울이었다.
담벼락 안에 커다란 목련나무가 있었다.
어느 날 문득 그 새하얀 목련꽃이 눈 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재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목련꽃이 피었을 텐데,
그 새하얀 목련이 너무나 예쁘다고 처음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그 이전에는
내가 꼭 사람이 아니었었던 것 같은
감정도 없었던 AI 처럼
임무 완수를 위해서 움직이던 로봇 같은 존재였던 거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한테
미안하다.
단지, 나는
착한딸이고, 지혜로운 아내이고 싶었고, 현명한 엄마, 그리고 착한 며느리로 살고 있었던 거였는데.
2023년 4월. 봄.
1996년 11월부터 천안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1년부터 알파문구을 개업 하여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해야 하나..
5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의 인생길에는
부모님의 딸, 내 남편의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
파란만장했던 윤가네의 며느리이자, 제수씨로 열심히 살아왔던 거 같다.
1998년 기업은행에서 12년 만에 명예퇴직한 후 3년 만에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일과 가사를 병행하면서 인생 2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우리 막내딸이 태어난 해에 사업이 시작되었으니,
23년이 지나고 있다.
우리 딸도 23세.
23년이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문득,
감회가 새롭다.
그렇게 집에서 알파문구(쌍용점)까지 오고 가는 길은 항상 똑같았는데,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아이들 셋을 23년간 태우고 출근하며,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입시학원까지 실어 나르며 무수히 오고 가던 길.
그렇게 수없이 오고 갔던 길이었는데,
내 기억에는 흑백필름이 돌아가듯
무채색으로 그려졌던 그 길이
어느 날 색이 칠해져서 보이기 시작했다.
4월.
얼었던 흙속에서 생명수를 흠뻑 받아
연녹색 새순으로 피어나는 가로수가 눈에 들어오고,
길가에 , 개나리. 철쭉꽃이 알록달록 눈에 들어온다.
사계절.
이렇게 예쁘게 변하는 색의 향연을 너무 늦게 알아보게 된 것이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알아보지 못했던 새순, 개나리, 철쭉에게 미안하고
소소한 행복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고
정신없이 앞만 보며 살아온걸 잘 살아온 걸로 다독이며
채찍질만 가했던 나에게도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다시 돌아와 준 그들에게 고맙다.
요즘에는 ,
우리 집 마당에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면서도 얘기한다.
"고마워. 다시 와줘서"
그 시간, 세월 동안 차 안에서 흑백 필름처럼 지나쳤던
그 길을,
처음으로 걸어보았다.
흰색철쭉 분홍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 길을
햇살을 잔뜩 받으며 아주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걸어보았다.
참 좋다...
그렇게 4월을 보내며..
이런 걸 행복이라 느끼며
이제는 이렇게 살고 싶다.
아주 작은 일상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며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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